공공미술의 역활 1,2,3

1. 환경조형물의 의의
2. 미술장식품 - 도시의 일상성에 대한 은폐구조
3. 공공미술에 대한 논쟁

1. 환경조형물의 의의 환경조각은 작품을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그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환경예술의 일환으로 볼 수가 있다.
미술관이나 화랑이라는 기존의 전시형식을 탈피하기 시작한 현대의 새로운 미술은 보는 사람과의 보다 전체적인 교류를 위하여 작품을 대형화 하거나, 주 변 환경에 변형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자기를 환경에 일치시켜 독특하게 꾸민 환경 자체를 작품으로 제시하게끔 되었다.
주변 환경 또는 자연을 미술작품과 동일시 하는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조형물이 건축 물에 결합되어 그 조각뿐아니라 건축의 조 형미까지도 극대화시키면서 쾌적한 도시경 관을 창출해 내고 있다.
건축과 조각을 결합시키는 환경적인 관심은 따지고 보면 최근에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라, 고래로부터의 서구 예술 전통을 다시 부활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 다.
그리이스 시대부터 서구인들은 조각을 벽면의 부조나 기둥조각 등, 설계단계 부터 건축물에 부속된 것으로 간주해 왔다. 조각을 건 축에 예속시키는 이런 전통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로 도 계속 이어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같 이 건축가이면서도 미술가인 대가들의 탄생을 보게 된다.
그러나 미술쪽에서 먼저 미술의 자율성을 주장하여 건축에서의 독립을 요구했고, 건축에서는 건물에서 장식 을 배제하고 요소들을 압축하는 모더니즘이 대두하면 서 이러한 결합관계는 깨지게 되었다.

순수 조형미를 추구하겠다는 미술의 주장은 미술품이 하나의 고귀한 오브제로 대중에게서 유리된 채 미술관에만 안주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국제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은 모더니즘 건축은 고도 산업사회의 과대도시화의 맞물려 외부압력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말았다.

도시 환경이 황폐해진데에는 위에서 말 한 건축사적, 미술사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산업사회의 발달에 따른 사회와 환경으로부터 인간의 소외가 큰 요인이다.
현대의 인간은 비인간적인 인공환경속에서 살아가면서 교통, 주택문제, 환경 공해 등 산업발전의 온갖 폐해를 감수하고 있다. 발전과 발명이 본질적으로는 인간을 위해서라는 가장 기초적인 원리를 상기해 볼때 인간을 위한 쾌적한 도 시환경을 창조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분명해 진다.
차갑고 딱딱한 현대 건축물의 외관을 부드럽게 완화시켜 주거나, 건물과 조화되어 보는 사람에게 시각적 인 쾌감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외부 조형물은 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심미적인 역할말고도, 인간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어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는 사회적인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2. 미술장식품 -- 도시의 일상성에 대한 은폐구조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빽빽하게 솟아있는 도시의 빌딩 숲속에서 손톱만한 공원이라도 발견하면 “아 숨통이 트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빌딩 앞에서 예쁜“모자상”과 우연히 조우할 때 잔잔한 미소를 띠게 된다. 도시속의 공원은 일상성을 잠시라도 잊게하는 기분 좋은 청량제다. 역시 수직의 권위로 뿌리 박혀 있는 거대한 빌딩 모서리의 예쁜 조형물들은 예의 그 수직의 권위를 중화시키며 친밀감 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공공미술(public art)에 관한 글을 준비 하면서 이러한 소박한 내 경험들을 환기시켜 보았다.
그리고 환경조형물로서 공공미술 에 또다른 문화적 의미를 기대한다는 것은 예시당초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1984년 올림픽을 앞두고 무엇을 감추려 했는지 갑자기 의무가 되어 버린 “ 건축물부설 예술품”언제나 관(官)에서 만들어 낸 말들 혹은 개념들이란우리 가 살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건축물부설 예술품, 예술장식품으로 명칭이 수시로 변경되는 도시의 공공 미술의 이러한 명칭들은 가장 정확하게 지금의 공공미술을 설명하고는 있 지만 가장 왜곡된 방식으로 공공미술을..... 예를 들자면 미국의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VETERANS MEMONA)라는 국가적이고기념비적인 표현물과 그것이 과연 공공적이냐에 대한 지난한 논쟁, 반대로 사적이라고 치부되는 에이즈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한 〈에이 즈 퀼트(AIDS QULT)〉라는 작품에 대한 공공적인 논란, 독일의 홀로코스트 에 대한 공공기념물의 아이러니 이러한 사례들을 공공 영역에서의 예술의 역할에 대한 전례없는 수준의 복잡하고 공적인 논쟁을 야기시켰다. 더 나아가 80년대 후반의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은 마르크스, 레닌의 기념비 파괴라는 청산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시각적인 과장에 의해 형성된 또다른 차원의 해석이 공공영역에서 벌어진다.
또한 베를린 장벽이나 중국 의 천안문 사태에 대한 미디어의 반응은 공공영역에서의 시가문화의 중요 성과 그 사회성을 제기하는 좋은 실례들로 남는다.
이러한 실례들은 공공미술로 하여금 동시대 공공영역에서의 새로운 역할들 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역시 원칙에서는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지만, 알렌느 라방(ARLENE RAVAN)은 이문제에 대히 상당히 명쾌한 접점을 잡아낸다. 라방에 의하면 공공미술은 “더 이상 말탄영웅이 아니다.”공공미술은 종래의 기념비적인 재 현물을 넘어서 공간에 대한 개인 체험의변화, 더불어 공공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권력에 저항하는 예술의 개임, 공공생활의 조건과가능성을 포함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현대생활을 반영하는 예술인 것이다.

라방의 이러한 정의는 20세기를 의미하는 공간의 분활과 공간의 재구성, 곧 전자기술 혁명에 따른 미디어의 확산, 본격 자본주의에 연루되어 있는 구경 거리 사회의 도래, 유사공간 혹은 가상공간속의 커뮤니케이션 등 한 개인의 체험이 재구성된 공간에 의해 일반화되고 보편화되는 상황 속에서 예술 혹은 공공미술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시킨다.
따라서 이렇게 변화된 조건 속에서 예술의 개념은 수정되거나 혹은 당연히 역사 변동에 종속된다. 예술에 대한 일반적이슈로서의 공공영역에 대한 불 가피성은 전통적이고 좁은 의미의 공공미술의 개념을 넘어서는 문제인 것 이다.
이에 대해 미첼(W.J.T.MITCHELL)은 예술과 그 공공성의 관계를 이상 과 비판이라 부르는 것의 변증법적인 상승 관계로 설정한다. 이 말은 공공미술이 한편으로는 이상적 공공영역, 탈구경 거리, 지적 상상 력으리 부흥을 위한 시도를 해야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무한하게 복제되는 구경거리로서의 이미지와 그것이 권력이든 자본이든 이데올로기가 침투되 어 있는 공공영역을 파괴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공공미술은민주적인 논쟁을 야기시키고 이렇게 논쟁들을 야기시키는 작품들이 공공미술의 미덕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상과 비판의 관계는 상호배제적이지 않다. 똑같은 맥락에서 올바른 공공미술은 그것 이 말을 탄 영웅이든 아니면 도시공간의 추상적인 조형장식물이든 그 본질적인 개 념에 있어 역사적인 선언이라는 측면과 모순에 대한 비판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전자를 생각한다면 공공미술은 언제나 유토피아적인 이상을 선언한 다. 공공미술은 하버마스가 “부르주아의 공공영역”이라 부른적이 있는공간 그 공간 속에서 형성되는 비강제적인 토론과 여론을 추스르며, 정치와 경제 그 리고 개인의 이해를 넘어선 공간과 심지어 국가저거인 통제를 넘어선 유토 피아적인 이상을 선언한다.

또한 언젠가 비토 아쿤치(VITO ACOONCHI)가 말한 것처럼 빌딩의 혹부리, 텅 빈 공간의 거머리 그리고 도시공간의 구멍 혹은 여우굴처럼 공공미술을 탈디자인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렇게 반유토피아적인 공공미술에 대한 시각은 주변부 문화의 목소리나 소수집단의 측면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는 공공영역과 공공미술이 저항적 공간으로 설정될 수 있다는 믿음과 동시에 그 사회적 비판의 가능성을 제기 한 것이라 볼수 있다.
물론 이러한 “유토피아적 선언”과 “모순에 대한 비판” 은 마치 장승과 솟대와 같은 공공미술의 장소로서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공공미술이 아닌 것이 없고 모든 예술은 공공미술이 라는 다분히선언적인 정의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공공미술의 영역은 기업이나 국가의 지원에 의해 제작된 공공기념 물 전부와 영화나 인공적 기념물, 영역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말 그대로 공 공영역에서의 전언과 소통을 야기시키는 조형적이고 시각적인 모두를 포함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예술이 점차로 공공영역으로 환원되고 있다는 말이 지 공공영역에 노출되어 있는 모든 작품들이 올바른 공공미술이라는 이야 기는 아니다.
거꾸로 지금 미술장식품이라는 의무에 의해 만들어지는 조형물들이란 이와 같은 공공미술의 개념을 축소하며 더 나아가여타의 아데올로기가 침투해 장악하고 있는 공간을 은폐하는 알리바이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간이 이데올로기와 담합하고 있는 미술장식품은 사람들의 판단력 을 마비시킬수있는데, 이러한 판단력 마비는 건물 모퉁이의“구상”혹은“추 상”이 제공하는“청량제”의의미 효과인 것이다.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좋은 공공미술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한 언설과 논쟁은 아직도 끝이 없다. 이러한 언설과 논쟁은 가장 세속적인 차원에서부 터 미학적인 측면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뉴욕의 연방정부 플라자에 있는 리처드세라의 〈기울어진 방주(Tilted Arc) 〉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의 경우 극단적인 거부로서 “예술의 공 적 공간에 대한 폭력을 철회하라!”. “한 예술가의 주관적이고 미학적인 판단 에 시민들은 동의할 수 없다”라는 주장이 있었고, 또다른 측면에서는 “연방 플라자라는 공간의 이데올로기를 전복한 진보적인 작품이다”. “예술작품의 평가는 예술이라는개념 속에서 이루어져야한다”라는 반격이 있었다. 더 나아가 세라는 “만일 이 작품이 철거된다면 나는 미국을 떠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작품은 법정공방과 공개토론장을 거쳐 철거되었고, 이 사건 때문에 세라가 “미학적 망명”을 했다는 소리를 나는 아 직도 듣지 못했다.

어쩌면 이와 같은 언설과 논쟁, 그리고 이렇게 회화화되는제스추어는 공공 미술이라는 개념이 아직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돌출되는 해프닝이 아닌가 한다. 세라외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 공공미술이란 그것의“대중성”이 확보될 때 공공미술이다”라고 생각하는 사 람들이거나 그것의 조형적인 측면 혹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시비를 걸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공공미술의 대중성, 조형성, 그리고 디자인적인 측면의 나쁨과 좋음 이 공공미술의 가치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동시에 “대중 혹은 대중성”이라는 실제만큼 모호하며 자위적인 개념은 없다.
그렇다고 세라 자신의 발언이나, 혹은 세라를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대문자 A로서 Art라는 개념 속의 “자율성”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3. 공공미술에 대한 논쟁 반면에 이러한 잡음이 없는 경우도 있다. 로스엔제레스에 있는 주디바카의(위대한 벽)이그것인데 이 작품은 2백여명의 여러 인종의 청소년들과 공통작업을 함으로써 기여했다는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이 작품의 민중적인 성격 혹은 도덕적인 측면 때문에 시비를 건다는 것 은 대단한 지적 모험일 수 있다. 그러나 공공미술의 유토피아에 대한 선언 때 문에방기되는 아발가르드책인 조형언어의 결핍은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또한 시애틀의 “빅유랜드/호프만”이라는 전기회사의 환경조형물 역시 긍정 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설치작품은 여러 행의 화가들이 공동제작한 것으 로 충전소라는 삭막한 공간을 인간적이고아름답게 승화시킨 사례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현대성”의 실천이란 돋 화페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가리개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공공미술에 대한 정의 혹은 그것의 옳고 그름이란 이렇게 충층적인 이유 때 문에 명쾌하게정리될 수 없다. 사실 공공미술에 대한 정의가 쉽지 않은 이유는 공공미술이라는 말 자체가“ 공공”이라는 대단히 사회적인 답론과 “마술”이라는 지독하게 개인적인 답론 으로 구성된 복합명사라는 대생적 여유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공공미술의 이러한 중충성과 다각 도성으로, 현재 신문의 사회면에 그리고 텔레비젼 뉴스에 등장하는 미술장식품에 대한 추한 소문들이 모두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공공미술이라는 개념으로 “좋 은 작품”을 구별할 수는 없지만 “나쁜 작 품”은 얼마든지 쉽게 걸려낼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미술장식품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영역에 존재하는 “공공미술”이 많으며 또 엄청나게 기획되고 있다.
현재 이렇게 공공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작품들은 이짧은 글에서 정리된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차원에서 분류될 수 있다.

첫 번째공간의 정치경제적 이테올로기를 은폐하거나 그 자체를 광고하는 작 품 혹은 기념비들,
두번째 공간의 이상에 대한 유토피아적 선언을 반영하는 조형물들,
세 번째 공간의 이테올로기에 대한 개입을 시도하는 작품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적인 조건 혹은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와 소박함 때문인 지는 몰라도 도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공간의 알리바이로 서 “미술장식품”이다.
앞서 정리한 첫 번째 차원의 작품들이 대부분의 공공 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작품들을 엄필히 따져 보자면 그 것들은 공공미술도 혹은 환경조형물도 아닌 불충스런 “미술의 서자”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성의 유토피, 바우하우스의 꿈을 실현하는 공공미술, 혹은 반음토피아적 인 작품들이도시공간에 존재한다고 상상해 보자.
도시공간의 풍부함과 인물 주의의 풍부함을 상상해 보자. 공공미술이 혹은 문화발전이 필것이겠는가.

엄혁 (미술평론)
(필자 엄혁은 1958년에 태어나 캐나다 온타적호대호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아티스트스파이승의 게스트 하레어터로 활동했다)
- 공공미술의 역할 1.2.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