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교보빌딩 앞에 전시된 '코레아 환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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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주간조선
ㆍ작성일	2004-01-06 (화) 12:27

강남 교보빌딩 앞에 전시된 '코레아 환타지아'

그가 국내에 화제를 뿌린 사건이 있었다. 당시 28세의 젊은 나이에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중앙 로비에 영구 소장되어 있는 초대형 대작 ‘이제 영원과 마주서노니…’를 그린 것이다. 이후 예맥갤러리 초대전, 일민미술관 개인전, 예술의전당 미술관 개인전, 서울갤러리 개인전 등 2년에 한 번씩 고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해왔다.

류씨의 원래 전공은 회화다. 입체적인 작품을 좋아해서인지 대리석을 빻아 알료를 섞어서 만든, 독특한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 붓보다는 손을 더 많이 쓰는 작업이었다. ‘일회적인 회화보다 좀더 영구적인 게 없을까’를 고민하다 조각으로 전공을 바꿨다. 최근에는 베네치아의 무라노 지방에서 생산되는 유리를 이용해 ‘유리 모자이크’ 작업을 많이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고유한 색채’에 감탄하게 된다. 지중해의 밝은 색채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음악을 듣는 듯한 화음을 갖고 있다. 류씨는 “2000∼3000개의 컬러가 있는 유리 외에도 꼭 필요한 색은 직접 주문 생산하기도 한다”며 “재료를 구하기 힘든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작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업할 때 음악 듣는 걸 무척 좋아해서인지 음악적인 주제를 많이 다룬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감할 무렵 그는 “솔직히 말하면 1년 동안 고생한 교보빌딩 작품을 보면 씁쓸하다”고 털어놓았다. 알고보니 중간브로커가 개입해 비용 문제로 곤혹을 치렀던 것. 그는 “작가를 존중하는 이탈리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돈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교보빌딩 앞 ‘코레아 환타지아’를 위해 석 달 간 유리 150만개를 깨뜨렸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다친 적도 많고요. 하지만 유리가 주는 영롱함과 투명함이 무척 아름답잖아요? 한국의 현재 상황이 암울한데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과 위안을 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r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