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으로서의 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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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부산일보
ㆍ작성일	2006-06-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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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923

[개념으로서의 도자전]

예술작품으로 변신한 생활도구

생활도구가 예술작품으로 변하면 본래 지니고 있던 용도성이 없어진다.
대신 하나의 작품으로서 우리에게 삶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준다.

이른바 개념미술의 형태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개념미술은 종래 예술에 대한 관념을 외면하고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반(反)미술적 제작 태도를 말한다.

6월 18일까지 용두산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개념으로서의 도자전'은 개념미술의 특성 아래 생활과 예술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는 장이다.

박제덕,전광수,문신원 등 3명의 도자 작품 16점이 전시돼 있다.
작품들은 하나의 완결된 형태가 아닌 오브제로 바뀌면서 이전과 다른 의미,형태,구조를 띤다.

박제덕의 작품은 오브제의 집적을 통해 새로운 상황과 의미의 변화를 찾아낸다.
작품 '부드러운 일상 2'를 보면 사각형의 타일 위에 흰 접시 9개가 놓여 있다.
사각형의 타일과 접시의 작은 원은 사각과 원,곡선과 직선의 대비를 보여준다.

하얀 접시 위에는 녹색의 낯선 오브제가 있는 데 제조 과정에서 나온 찌그러진 소주병이다.
흐물흐물해진 액체가 갑자기 굳어버린 듯한 소주병은 일상용품이 아닌 오브제로 변신해 있다.

비정형의 선과 기포를 드러내는 소주병은 마치 끓어넘치는 물의 이미지처럼 접시 밖으로 넘쳐 흐를 듯한 기세다.
소주병의 격렬한 운동감은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일탈의 시선을 엿보게 한다.
전광수의 작품은 기존의 형태와 기능이 분리되지 않은 다구세트를 보여준다.

세라믹 재질의 주전자,컵,받침대들이 밀착돼 하나로 뭉쳐 보인다.

이때 주전자,컵,받침대는 일상의 도구가 아닌 하나의 오브제로 다가오는 데 마치 발굴된 고대 유물을 연상시킨다. 깨어진 도자들이 한데 뒤엉켜 만들어진 세트는 일상의 개념을 넘어 고대유물과 연관된 시간성의 개념을 환기시킨다.

문신원은 구와 사격형의 반복적인 배치를 통해 공간에 대한 작가의 유연한 감수성을 담아낸다.
작품 'Who am I Ⅲ'를 보면 가로,세로 10㎝의 정사각형 타일 30개가 벽면에 배치돼 있다.

작가는 어떤 특정한 순서나 계획된 도면에 따라 작품을 배치하지 않고 순간적인 감수성에 따라 자유롭게 구성했다. 절대적 기준이나 형상에 대한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심리가 투영돼 있다.

051-244-8228. 김상훈기자 neato@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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