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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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홀대받던 근대미술 화려하게 복권
 저자 최열 출판사 청년사 면수 456 쪽 ISBN 897278818X 정가 24,000 원 석지 채용신이 1905년에 그린 ‘최익현상’에는 선비를 그린 인물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털모자가 등장한다. 책읽는 선비가 아니라 74세의 나이로 항일의병운동을 이끌었던 의병장 최익현의 모습을 담았기 때문이다. 정현웅의 1940년작 ‘대합실 한구석’은 고뇌에 가득찬 인물들을 통해 식민지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처럼 때로는 한 장의 그림이 그 어떤 증언보다 생생하게 역사의 현장을 고증하기도 한다. 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미술사학자 최열이 지은 ‘화전(畵傳)’(청년사)은 한국근대 미술 200년의 역사를 조희룡부터 이응노까지 28명의 화가를 통해 조명하는 일종의 역사서이자 평전묶음이다. 쉽지만 가볍지 않은 문체에 풍부한 도판과 용어해설,각주풀이까지 곁들여 일반 독자들을 위한 교양서로서 손색이 없다. 책은 18세기 영·정조 르네상스기에 비해 홀대받았던 19세기의 조선의 미술을 재발견하고 왜곡되거나 평가절하됐던 화가들을 복권시킨다. 추사의 김정희의 제자로 알려졌던 우봉 조희룡은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개척한 19세기 중엽 신감각파의 비조로 재평가된다. 신감각은 독창적인 구도를 추구한 북산 김수철,당대의 과학주의 정신을 구현한 일호 남계우를 통해 활짝 피어나고 신감각파와 고전파를 조화시킨 오원 장승업을 통해 절정을 이룬다. 조희룡과 김수철에서 시작된 우리 미술의 근대는 식민지배와 6·25전쟁 등의 격변을 거치며 때로는 정면으로 현실에 맞서고 때로는 고고한 예술의 세계를 추구하며 새로운 꽃을 피워간다. 민족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강렬한 시대정신을 획득했던 윤희순,섬세한 붓놀림과 색채 구사를 통해 독자적인 세계를 열어간 이인성,서구 모더니즘에 우리의 고전미를 결합시킨 김환기,격정의 시대정신을 담아낸 이응노 등이 격정의 세기를 살다간 이들이다. 저자는 1급화가들뿐만 아니라 화단과 평단,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화가들에게도 고루 눈길을 주고 있다. 사후 100년이 지난 뒤에야 주목받았으나 아직 본격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홍세섭,일제 치하에 조선미술전람회 심사위원을 맡았고 친일매국노들과 사귀는 등 미심쩍은 행동을 보였던 이도영,산수화나 사군자에 비해 크게 평가받지 못한 인물화를 주로 그렸던 채용신 등의 작품세계가 새롭게 조명을 받는다. 책은 30년 가까이 미술사를 연구해온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임으로써 단순한 평전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특히 저자가 이인성의 예술세계를 다시 발견하는 대목은 극적이다. 강한 민족의식에 사로잡혀있던 저자는 젊은 시절 이인성을 외면했다고 한다. 이인성을 민족과 현실을 외면한 체제순응적 인물로 예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 11월 열린 ‘이인성 50주기 회고전’을 통해 그의 그림에서 귀재(鬼才)의 기운을 느끼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너무 강해 그림 속 선들이 화폭 밖으로 뻗어나와 전시장을 온통 메우고 있는 듯 했다”는 저자는 그 충격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인성에 대해 한마디로 또렷하게 요약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한다. 송세영기자/국민일보 [목차] 1부 전환의 세기 1장 전환기의 쌍벽 조희룡, 19세기 묵장의 영수 김정희와 허련,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연 2장 신감각의 회오리 김수철, 휘황한 천재의 빛 전기, 요절한 천재의 열매 남계우, 신이 내려준 나비 홍세섭, 조화와 절정의 신감각 3장 고전의 위력 유숙, 19세기 중엽 관학파의 수장 이한철, 고전 관학파의 거장 장승업, 형식주의자의 낭만과 민족정신 안중식, 신고전의 세계 이도영, 조국과 미술가의 운명 4장 사상의 거처 채용신, 인물화의 거장 김진우, 사실과 상징의 세계 오세창, 20세기 초 화단의 좌장 2부 격정의 세기 1장 현실과 진실 정종녀, 소박한 사실주의자 윤희순, 단아함과 충실함에 깃든 정열 정현웅, 식민지 미술가의 어두운 눈길 2장 심미의 절정 오지호, 부드럽고 따스한 사랑의 노래 김주경, 조선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이인성, 귀재의 전설 유영국, 우주의 질서에 도전한 절대자 3장 황폐한 시절의 미학 변관식, 격정과 열망 김환기, 아름다운 감옥의 죄수 이중섭, 황폐한 세기의 격정 4장 역사와 낭만 박생광, 20세기 신화의 탄생 이쾌대, 제국과 식민지, 그리고 아시아의 낭만 이응노, 격정의 시대정신 최열 미술평론가. 1956년 전북 무주에서 내어나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고 민족미술협의회, 민중문화운동협의회 회원으로 참여했으며, 가나아트 편집장을 거쳐 현재 한국근대미술사학회 회원 및 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현대미술운동사>, <민족미술의 이론과 실천>, <힘의 미학, 김복진>, <한국 만화의 역사>, <근대 수묵 채색화 감상법> 등이 있으며 <한국근대미술의 역사>로 제2회 한국미술저작상(김세중 기념사업회 주관)을 수상했다. 엮은 책으로 <김복진 전집>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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