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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건축시장 브랜드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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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만평,기고
운영자 / 도예가(청범) 이재삼의 관련잡지 기고글,투고,칼럼 위주로 싣고 있으나..
언론사의 대표적 칼럼중에서 사회적 공감이 큰 관련 만평도 곁들여 놓고 있습니다.

[문화칼럼] 건축시장에 브랜드 쓰나미

시장이 개방되면서 거대 브랜드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구촌이 같은 영화,같은 음료를 즐기고 지역의 산업은 초토화되고 있다. 세계의 어느 맥도날드 매장에 가도 똑같은 타일이 깔려있듯이 브랜드는 공간의 문화도 지배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주거 공간도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 있다.
대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주택건설 사업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브랜드가 전자나 자동차에서 인정받았을지는 몰라도 건축 철학이나 공공 환경에 대한 윤리의식을 검증받은 바는 없다.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친환경 아파트들에서 유독성 접착제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몇 단계 하도급으로 공사비는 줄어들고,영세한 현장 시공자들은 품질 인증도 제대로 받지 못한 자재를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진 같은 컴퓨터 조감도는 빈틈 없이 건물로 채워진 아파트단지를 마치 푸른 낙원인 양 소비자의 눈을 속이고,호사스러운 모델하우스는 주부들을 현혹한다.
풍요로운 공간을 연출하기보다는 벽돌 찍듯 똑같은 골격에 번지르르한 자재로 도배해서 이익을 우려낸다.

그러니 아파트 설계 인력은 선진국의 반의 반도 필요 없다. 재건축이 시작될 때 재벌총수가 '아파트 제대로 지었으면 지금은 뭐 먹고 살 뻔 했어?'라고 했다는 소문이 다시 떠오른다.

이름값으로 돈을 번다.
'꿈의 궁전''자연의 선물'이니 하는 뜻 모를 문구들로 방송이며 신문지면을 채우고,외국 건축가들을 불러유별나게 지은 사옥으로 시선을 끌며 브랜드 가치 극대화에 열을 올린다.
그 부담은 당연히 입주자 몫이다.

반면 주거환경의 본질적 발전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이 판매한 아파트는 다시 브랜드를 알리는 훌륭한 광고탑이 되지만,똑같이 생겨먹은 탓에 상표가 없으면 제 집 찾기도 힘드니 떼어 낼 수도 없다.

건축을 공공예술로,도시를 우리의 얼굴로 인식한다면 이렇게 생산자 상표로 뒤덮을 수는 없다.
세계 어느 곳에서 이런 '도시경관'을 볼 수 있을까.
주거환경이 노골적인 브랜드의 전쟁터가 되어가는 현실을 두고 기업 탓만 할 수는 없다. 환경 공개념에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정부도 시장논리를 눌러 도시를 관리할 의지도,능력도 보여주지 못
한다.
수요자의 탓도 크다. 상품은 시장이 선택한다. 복권 당첨권이라도 사려는 듯이 모델하우스에 끝없이 줄 서 있는 모습에서 현명한 거주 공간의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교복도 자율화하지 못하는 우리는 유별나게 남들과 비교하며 산다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불행하다. 같은 잣대로 비교하고 경쟁해야 한다.

남들 따라 하느라 명품에 목숨을 걸지만 정작 감각은 둔해 보인다. 꽃의 시인 김춘수는 모든 시를 비유적으로 해석하도록 훈련시키는 문학교육의 일률성 때문에 시에의 자유로 운 접근을 어렵게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문학이니까. 건축은 대학 전공으로나 접하는 것이지 일반에게는 생소하기만 하다.

그러니 다양한 수요가 생길 수가 없고 상품의 진정한 가치를 가릴 안목도 없다. 전문가들의 노력이 부족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교훈을 새겨 보자. 그래야 자신만의 브랜드를 즐길 수 있을 테니까.

건축에서도 브랜드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브랜드의 허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좀 더 입주자의 감성을 존중해 주고 동네마다 다른 지역적 풍토를 충실히 담아낼 수 있는 고유 브랜드를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 '부산다운 건축'이라는 것도 그런데서 싹이 틀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방식에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휴먼 스케일의 골목과 한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는 마당,이웃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테라스들은 무한한 조합이 가능하다.
브랜드 쓰나미는 향토 건설업체들을 시장에서 쓸어내고, 미래 부산의 청사진을 그려나갈 지역의 인재도 그들의 꿈과 함께 집어 삼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지역 브랜드를 키울 바탕이 사라진다. 생태 환경을 지키겠다고 목숨 걸고 싸우지만 정작 아이들 키우며
일상을 영위하는 거주 환경에는 속수무책이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환경을 황폐화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는 말자. 정부의 문제의식과 함께 부동산 수요자가 아닌 주민으로서의 삶터에 대한 주인의식이 절실하다.

[부산일보 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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